-내 손으로 꾸려나가는 ‘나의 삶’
이제 막 독립했다지만 사실 독립에 관해서라면 할 말이 많다. 그동안 나의 삶은 가족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부모님의 생활방식 틈에 끼여 제대로 모양조차 갖추지 못했다. 내 집에 어떤 가구를 놓고 싶은지, 어떤 향기가 나고, 어떤 분위기이면 좋을지 한 번도 구체적으로 고민해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그저 막연하게 로망만 가득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플로하우스에 입주 상담을 받으러 간 날 친절한 하우스 매니저님께서 여러 개의 방을 보여주셨다. 방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위기’를 컨셉으로 각기 다른 컬러에 각기 다른 소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비오는 날의 먹구름 방
첫번 째 방은 다크 그레이 톤의 깔끔하고 심플한 느낌의 방.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뽀송한 이불 속에서 빗소리를 듣던 날을 재현한 방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먹구름같은 색의 방이지만, 어둡다는 생각보다 안정감이 먼저 느껴졌다. 포근한 나만의 동굴을 갖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방이었다.
빛나는 아침 햇살의 방
두번 째 방은 코랄 톤의 화사한 방이었다. 상쾌한 아침,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모티브로 꾸며져 들어가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매일 아침을 설레는 에너지로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방!
노을 지는 갈대밭의 방
세번 째 방, 611호가 내가 선택한 아이보리/우드 톤의 차분한 방이다. 611호를 보자마자 내가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꿈꿔왔던 ‘나의 방’이 구체화되었다. 딱 이런 분위기에, 이런 가구, 이렇게 해가 반쯤 드는 방이 딱 내가 원했던 나만의 방이었다.
초라한 나으 집
이제부터 한 달 간, 611호 넌 내거야!
다른 여러 선택지가 더 있었지만 이미 마음은 611호로 굳어졌다. 곧바로 계약을 하고 매니저님께 추가적인 설명들을 들었다. 냉장고도 서랍장도 쉐어이지만 나의 구역이 확보되어 있고, 원룸에 살았다면 절대 쓸 수 없었을 널찍한 주방과 라운지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세탁기며 청소기, 냉장고처럼 비싸고 커다란 집기들부터 밥솥, 전자레인지, 냄비나 그릇, 컵 같은 작은 집기들까지. 나의 취향을 미리 알고 있던 것처럼 모든 것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초강력 청소기!
이미 갖춰져 있는 것들 위로 차곡차곡 나의 삶을 쌓아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곳은 나에게 딱 알맞다.
‘외부 게스트 출입은 카운터에 말씀하시고 한시적으로만 가능합니다.’
업플로하우스에 처음 입주한 날, 이곳이 부모님도 들어올 수 없는 ‘나의 집’이라는 걸 깨달았다. 부모님으로부터, 이전의 생활로부터의 온전한 분리는 새롭게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주었다.
내 손으로 직접 내 삶을 꾸려나간다는 것, 업플로하우스에서는 서툴지만 가능하다
-우리는 느슨하게 연결된 존재들
참 아이러니한 삶이다. 분명 막 입주했을 때까지만 해도 온전히 혼자만의 삶이 시작되었다는 것에 환호성을 질렀는데, 막상 정말 혼자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곧바로 외로워졌다. 갑자기 본가에 대한 향수 아닌 향수가 솟구치고 코 끝이 찡해지면서 마음이 센치해졌다.
나의 물건들로만 가득 채워진 방이 좋으면서도 고독하게 느껴지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대체 왜 함께일 때면 혼자이고 싶다가도 정말 혼자가 되면 외로워지는가. 괜스레 울적해진 마음에 잠이 오질 않았다.
그런 생각에 쓸쓸히 라운지로 나갔을 때, 테이블 구석에 작은 바구니가 눈에 들어왔다. 하우스에 지내는 사람들,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 간단한 요기거리를 나누는 상자였다.
따뜻한 차와 다정한 한 마디
누가 두고 간지도 모르는 이국의 차 한 잔에 우리는 ‘느슨하게 연결된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눈다는 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면서도 따스한 마음은 건넬 수 있는 사이이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과 업플로하우스에 함께 살아간다. 그 느슨한 연결이 주는 안락함에 들쭉날쭉하던 마음도 어느새 차분해졌다.
때마침 일과를 마친 하우스의 사람들이 하나 둘 라운지로 모여들었다. 602호의 나무 깎는 쉐프님, 703호에 사는 회사 동료 디자이너분, 8층 호스텔에 머무는사진 작가님, 709호의 여성분. 편한 옷만큼 주고 받는 말들도 자연스러웠다.
때마침 602호에 사는 쉐프님이 개발 중인 신 메뉴를 시식해보겠느냐 물었고, 먹을 거라면 빼는 일이 없는 한국인들이 모두 OK를 외쳤다. 602호 쉐프님이 요리를 하는 동안 회사 동료인 703호님이 입주 기념으로 와인을 선물해주자, 너도 나도 방에 가서 무언가를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사진작가님이 주신 바디샤워부터, 709호 분이 주신 우드 향의 향초까지. 대책없이 퍼주는 이웃들에 둘러쌓여 고독이니 외로움 따위는 싹 잊혀졌다.
감사하고 과분한 입주 선물
쉐프는 쉐프...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굴소스 파스타
쉐프님의 엔다이브 샐러드와 파스타에 선물받은 달콤한 와인 한 병까지 곁들여 완벽하고도 완벽한 첫 날밤.
-따로, 또 같이
거실을 공유하지만 각자의 방이 있기에 우리는 따뜻하고 싶은 만큼만 따뜻할 수 있다. 거리를 유지하기에 더욱 다정한 사람들은 함께 설거지를 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내일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끼리 지하 1층에 있는 <업핏>에서 아침 운동을 하자고 약속 아닌 약속을 했다. 느슨한 관계만큼 느슨한 약속이었지만 덕분에 내일에 대한 기대가 20% 올라갔다. (운동은 커녕 늦잠 잔 건 안비밀)
혼자만의 밤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 선물받은 초를 켜놓으니 방안에도 온기가 가득했다.
우리는 혼자이기도, 함께이기도 해야한다. 이 모순적인 문장이 유니언타운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Jul. 19. 2020 #1. 신입사원의 독립도전기
-독립을 테스트 해볼 수만 있다면
스물 여섯,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서 매일 함께 지내던 부모님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청소년기와 대학생 시절, 자아의 외곽이 뚜렷해졌을 즈음부터 느꼈던 불편이기는 하다만, 그때는 독립할 자본이 없으니 저절로 겸손해졌다. 하지만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을 보며 이제는 정말 홀로서기를 해야할 때가 아닌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삶의 어느 시점이 되면 사람은 반드시 혼자이고 싶어진다. 그럴 때 특히 마찰이 잦아지는 것은 ‘집’이라는 공간을 같이 사용하는 ‘가족’이다. 가족의 간섭과 생활 공간을 나눠 써야하는 어려움을 마주할 때면 당장이라도 독립을 하고 싶다가도, 막상 혼자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독립은 연습할 수 있다!
처음 하는 일에는 연습이 필요한 법이다. 인생은 한 번 뿐이라 연습할 수 없다지만, 다행히 독립은 연습할 수 있다.
연습에는 응당 비용이 들기 마련이지만 가구나 집기를 무턱대고 사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더군다나 완전히 독립을 하게 될지 말지 모르는 상태에서 1, 2년 씩 계약해야하는 월/전세 또한 부담이다. 대안을 찾던 와중 때마침 회사의 쉐어하우스 ‘업플로하우스’에서 첫 달 50% 할인 행사를 한다고 해서 냉큼 입주를 신청했다. 딱 한 달만 나의 앞으로를 실험해보고 싶었다.
-집은 송파, 회사는 당산
긴 출퇴근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것이다. 나는 송파에 살며 당산의 회사에 취직을 해, 오며가며 한 시간 씩 왕복 두 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9호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환승없이 한 번에 간다는 것. 그 시간엔 주로 책을 읽거나 넷플릭스를 봤기 때문에 시간을 버린다는 느낌도 그닥 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크게 출퇴근에 불평이 없었는데,,, 업플로 하우스에서 살게 된 이후 출근 5초컷의 매력을 알아버렸고 이제는 왕복 두 시간 씩 통근하던 이전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어졌다.
아,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업플로하우스를 간단하게 소개해야할 것 같다.
업플로하우스는 당산 '유니언타운'의 쉐어하우스 브랜드다. '유니언타운'은 말 그대로 하나의 마을로,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Live, Work, Stay, Play 테마의 모든 브랜드들이 9층짜리 한 건물 안에 입점되어 있다. 베이커리카페부터 다양한 음식점, 피트니스 센터, 영어학원에 공유주거, 공유 오피스까지. ‘마을을 세로로 세웠다’는 소개답게 마을을 이루는 대부분의 것들이 다 모여있다.
내가 이렇게 타운에 대해 상세히 잘 아는 것은 내가 유니언타운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유니언플레이스의 신입사원이기 때문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이 글은 꼭 업플로하우스를 홍보하기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신입사원의 회사 및 독립 체험기 정도로 읽어준다면 좋겠다.
유니언플레이스 본사는 2층에 마련되어있고 6층부터 위로는 업플로하우스다
-세상 사람들이여, 집은 무조건 회사 가까운 곳에
입주 첫날, 거하게 집들이 파티를 해준 건 업플로하우스에 이미 살고 있던 타우너들이었다. 나무 깎는 요리사로 유명한(?) 우딩 쉐프님께서 해준요리에 입주 선물로 받은 와인을 곁들여 새벽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잠이 들었다. (파티 이야기는 추후 자세히 하는 것이 좋겠다)
업플로 611호의 아침
다들 알테지만 아침에 정신이 들었을 때 유난히 새들이 아름답게 지저귀고 햇빛이 눈부시다면, 그렇다 지각이다. 시간은 출근 30분 전. 허겁지겁 일어나세수만 하고 집을 나서려는 순간 이곳이 잠실이 아니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천천히 씻고 대충 화장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2층에 도착했고, 출근 5초 컷의 쾌감과 함께 그 순간 나는 이곳에서 나갈 수 없을거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나는 회사와 같은 건물이라 유난히 더 가깝긴 하지만 분당-합정을 통근하는 친구가 떠오르자 초고속 출퇴근의 쾌감을 만인에게 알리고 싶어졌다.
독립 도전기라고 써놓고 출퇴근 얘기만 실컷 한 것 같지만, 다음부터는 정말 독립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앞으로의 이야기는 <청춘시대>나 <하트시그널>로 쉐어하우스를 접한 사람들에게 전하는 쉐어하우스 꿀팁 및 주의사항이기도 하다.
새로운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나만의 작은 공간이 생겼고, 여기 타운엔 주워담고 싶은 것들이 넘쳐난다. 지금, 타운에서 홀로 서기 시작!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유니언타운을 구독하도록 하자.
-내 손으로 꾸려나가는 ‘나의 삶’
이제 막 독립했다지만 사실 독립에 관해서라면 할 말이 많다. 그동안 나의 삶은 가족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부모님의 생활방식 틈에 끼여 제대로 모양조차 갖추지 못했다. 내 집에 어떤 가구를 놓고 싶은지, 어떤 향기가 나고, 어떤 분위기이면 좋을지 한 번도 구체적으로 고민해보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그저 막연하게 로망만 가득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플로하우스에 입주 상담을 받으러 간 날 친절한 하우스 매니저님께서 여러 개의 방을 보여주셨다. 방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위기’를 컨셉으로 각기 다른 컬러에 각기 다른 소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비오는 날의 먹구름 방
첫번 째 방은 다크 그레이 톤의 깔끔하고 심플한 느낌의 방.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뽀송한 이불 속에서 빗소리를 듣던 날을 재현한 방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먹구름같은 색의 방이지만, 어둡다는 생각보다 안정감이 먼저 느껴졌다. 포근한 나만의 동굴을 갖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방이었다.
빛나는 아침 햇살의 방
두번 째 방은 코랄 톤의 화사한 방이었다. 상쾌한 아침,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모티브로 꾸며져 들어가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매일 아침을 설레는 에너지로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방!
노을 지는 갈대밭의 방
세번 째 방, 611호가 내가 선택한 아이보리/우드 톤의 차분한 방이다. 611호를 보자마자 내가 그동안 추상적으로만 꿈꿔왔던 ‘나의 방’이 구체화되었다. 딱 이런 분위기에, 이런 가구, 이렇게 해가 반쯤 드는 방이 딱 내가 원했던 나만의 방이었다.
초라한 나으 집
이제부터 한 달 간, 611호 넌 내거야!
다른 여러 선택지가 더 있었지만 이미 마음은 611호로 굳어졌다. 곧바로 계약을 하고 매니저님께 추가적인 설명들을 들었다. 냉장고도 서랍장도 쉐어이지만 나의 구역이 확보되어 있고, 원룸에 살았다면 절대 쓸 수 없었을 널찍한 주방과 라운지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세탁기며 청소기, 냉장고처럼 비싸고 커다란 집기들부터 밥솥, 전자레인지, 냄비나 그릇, 컵 같은 작은 집기들까지. 나의 취향을 미리 알고 있던 것처럼 모든 것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초강력 청소기!
이미 갖춰져 있는 것들 위로 차곡차곡 나의 삶을 쌓아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곳은 나에게 딱 알맞다.
‘외부 게스트 출입은 카운터에 말씀하시고 한시적으로만 가능합니다.’
업플로하우스에 처음 입주한 날, 이곳이 부모님도 들어올 수 없는 ‘나의 집’이라는 걸 깨달았다. 부모님으로부터, 이전의 생활로부터의 온전한 분리는 새롭게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주었다.
내 손으로 직접 내 삶을 꾸려나간다는 것, 업플로하우스에서는 서툴지만 가능하다
-우리는 느슨하게 연결된 존재들
참 아이러니한 삶이다. 분명 막 입주했을 때까지만 해도 온전히 혼자만의 삶이 시작되었다는 것에 환호성을 질렀는데, 막상 정말 혼자가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곧바로 외로워졌다. 갑자기 본가에 대한 향수 아닌 향수가 솟구치고 코 끝이 찡해지면서 마음이 센치해졌다.
나의 물건들로만 가득 채워진 방이 좋으면서도 고독하게 느껴지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대체 왜 함께일 때면 혼자이고 싶다가도 정말 혼자가 되면 외로워지는가. 괜스레 울적해진 마음에 잠이 오질 않았다.
그런 생각에 쓸쓸히 라운지로 나갔을 때, 테이블 구석에 작은 바구니가 눈에 들어왔다. 하우스에 지내는 사람들,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 간단한 요기거리를 나누는 상자였다.
따뜻한 차와 다정한 한 마디
누가 두고 간지도 모르는 이국의 차 한 잔에 우리는 ‘느슨하게 연결된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눈다는 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면서도 따스한 마음은 건넬 수 있는 사이이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과 업플로하우스에 함께 살아간다. 그 느슨한 연결이 주는 안락함에 들쭉날쭉하던 마음도 어느새 차분해졌다.
때마침 일과를 마친 하우스의 사람들이 하나 둘 라운지로 모여들었다. 602호의 나무 깎는 쉐프님, 703호에 사는 회사 동료 디자이너분, 8층 호스텔에 머무는사진 작가님, 709호의 여성분. 편한 옷만큼 주고 받는 말들도 자연스러웠다.
때마침 602호에 사는 쉐프님이 개발 중인 신 메뉴를 시식해보겠느냐 물었고, 먹을 거라면 빼는 일이 없는 한국인들이 모두 OK를 외쳤다. 602호 쉐프님이 요리를 하는 동안 회사 동료인 703호님이 입주 기념으로 와인을 선물해주자, 너도 나도 방에 가서 무언가를 바리바리 싸들고 왔다. 사진작가님이 주신 바디샤워부터, 709호 분이 주신 우드 향의 향초까지. 대책없이 퍼주는 이웃들에 둘러쌓여 고독이니 외로움 따위는 싹 잊혀졌다.
감사하고 과분한 입주 선물
쉐프는 쉐프...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굴소스 파스타
쉐프님의 엔다이브 샐러드와 파스타에 선물받은 달콤한 와인 한 병까지 곁들여 완벽하고도 완벽한 첫 날밤.
-따로, 또 같이
거실을 공유하지만 각자의 방이 있기에 우리는 따뜻하고 싶은 만큼만 따뜻할 수 있다. 거리를 유지하기에 더욱 다정한 사람들은 함께 설거지를 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내일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끼리 지하 1층에 있는 <업핏>에서 아침 운동을 하자고 약속 아닌 약속을 했다. 느슨한 관계만큼 느슨한 약속이었지만 덕분에 내일에 대한 기대가 20% 올라갔다. (운동은 커녕 늦잠 잔 건 안비밀)
혼자만의 밤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 선물받은 초를 켜놓으니 방안에도 온기가 가득했다.
우리는 혼자이기도, 함께이기도 해야한다. 이 모순적인 문장이 유니언타운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Jul. 24. 2020 #3 오전엔 강남, 오후엔 합정
Jul. 24. 2020
-오전엔 강남미팅
유니언타운 1층에 위치한 카페 <설리번> / 업플로 입주자들에게는 커피와 빵이 할인된다
커피 할인으로 시작하는 상쾌한 아침! 유니언타운 1층엔 베이커리 카페 <설리번>이 자리하고 있다. 유럽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게트를 살 수 있다. 샤랄라 원피스에 바구니 달린 자전거를 타고 가는 건 아니더라도, 엘리베이터만 타면 갓 구운 빵을 살 수 있다는 건 분명 엄청난 행복이다.
먹을 거 이야기는 차치하고(오늘의 주제는 음식이 아니다), 오늘은 강남에서 외부 미팅이 있는 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신경 써 준비를 했다.
수줍은 OOTD
여담이지만 <업플로>에는 방마다 전신 거울이 있어서 OOTD를 체크하기에 정말 편하다. 전신거울은 로망 속에는 늘 있지만, 어쩐지 내 돈 주고 사진 않게 되는 가구 중 하나였는데 이미 갖춰져 있다니 어째 돈 굳은 기분이다.
타운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건 2, 9호선 당산역의 3번 출구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3초 컷. 폭우가 쏟아져도 우산없이 뛰어 들어올 수 있을 정도의 거리다. 흔히 자취방이 한강 뷰라고 하면 건물 사이로 한강 물이 한 방울 정도 보이고, 역세권이라고 하면 전력질주로 5분은 뛰어야 역에 도착하기 마련인데 <업플로>는 정말로 뻥 뚫린 한강 뷰에 초역세권이다. 이제는 더 포기할 것도 없는 N포 세대인 내가 이런 방에 살 수 있다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9호선을 타고 신논현역까지 한 번에 가는데 겨우 18분. 핫 뉴스를 좀 보다보니 어느새 도착해 역을 지나칠 뻔했다. 이정도 거리면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도 올 수 있을 것 같다.
-오후엔 합정 나들이
오후엔 합정에서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었다. 업플로하우스에서 여유롭게 나와 2호선을 탔다. 당산에서 합정은 딱 한 정거장. 집에서 노래를 틀고 출발해도 한 곡이 채 끝나기 전에 도착한다. 잠실에 살 때는 약속보다 한 시간씩 일찍 나와도 마음이 조급했는데 여기서는 다리만 건너면 합정이다.
걸어가도 될 정도다
합정엔 참 맛집도, 분위기있는 가게들도 많다. 오늘 방문한 곳은 밖에서부터 풍부한 재즈 사운드가 발길을 끄는 싱글몰트바, ‘리슨’이다.
켠 듯 안 켠 듯한 어두운 조명 아래로 분위기있는 재즈가 흐른다. 입구의 바에서부터 하이앤드 빈티지 스타일의 대형 탄노이 스피커가 시선을 빼앗았다. 베이스가 좋은 스피커가 쿵쿵 울리며 분위기에 녹아들게 만들었다. 오늘은 날씨가 선선하니 테라스 자리에 앉아도 좋겠다. 특히 밤 공기를 마시며 마시는 싱글몰트 위스키는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그 시원한 맛이 한 잔으로는 조금 섭섭해서 세 잔이나 마신 건 안비밀이다.
아른거리는 밤의 양화대교
즐거운 친구들
술이 들어가고, 적당히 취기도 올랐겠다. 기분과 분위기에 친구들과 느긋하게 양화대교를 건넜다. 강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게 좋았다. 업플로까지 천천히 걸어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밤의 양화대교가 한강에 비쳐 일렁였다.
벌써 며칠 째 본가가 전혀 그립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지만, 그때를 아쉬워하기엔 이 삶이 너무 좋다. 이토록 독립적이고 쾌적한 삶. 줄곧 꿈 꿔왔던 삶이 이제 막 완성되었다.
-한강 옆에 산다는 것
인간은 생각보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삭막한 사무실에 굳이 굳이 화분 하나를 가져다 놓게 되는 이유도 바로 그런 것이다. 아무리 도시형 인간이라도 한 줌의 초록은 필요한 법이니까. 시야에 자연이 있고 없고는 우리의 감정, 생각, 스트레스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을 힘겨워하면서도 집을 떠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내가 살던 곳이 ‘살기 좋은 송파’였기 때문이었다. 잠실 인근에 살면서 양옆으로 석촌호수와 올림픽공원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3 되기 때문에 그걸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 집이 아니고서야 내가 이런 좋은 환경을누릴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았으니까.
유니언마루에서 바라본 한강
그러니 이렇게 한강 바로 옆에 살게 되는 행운을 가지게 된 건 기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나에게 굴러들어온 이 기적을 소중히, 아주 아깝게 대해야겠다.
Aug. 04. 2020 #4 이곳에뿌리를 내리고
update your fit, upgrade your life
타운의 지하 1층에는 어쩐지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이 있다. 바로 피트니스 센터 <업핏>. 멋진 몸의 언니 오빠들이 계속 드나드는 곳이라 어쩐지 저질체력인 내가 가기에는 겁이 났다. 하지만 막상 용기를 내 발을 들이자 근육슨생님들이 세상 그 누구보다 친절한 미소를 띄며 인사를 건넸다.
“동료가 되라.”
"너, 내 동료가 되라"
루피 해적단
타운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업핏 헬스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보통 오피스텔이나 도미토리에 피트니스 시설이 있는 곳이 거의 없는데, 타운에서는 5성급 호텔처럼 피트니스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대한민국 1등 피트니스 선수 선생님들이 언제나 상주하고 계시기 때문에 나같은 헬린이들도 걱정이 없다. (쌤, 저 잘했죠^^?)
농담은 접어두고, 우리가 하는 일들은 모두 건강에 기초하고 있다. <미생>에서도 그렇게 말하지 않나.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라고.
면역력과 기초체력이야말로 삶의 기반이기에 그게 무너지면 그 위에 세워진 삶도 와르르 무너지기 마련이다. 업핏은 타운에서 바로 이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곳이다.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모두 피트니스 선수이기 때문에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공간에서 간단한 체력운동부터 선수반까지 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어디에도없는 혜택이다.
업핏에서라면 헬린이도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선수가 되어있을 것이다.
-‘피로 이어지지 않은 가족이라 좋은 점도 있어’
유니언마루에서 바라본 한강 (pm 5:30)
유니언타운의 9층에는 타우너들만 갈 수 있는 특별한 루프탑이 있다. ‘유니언마루’라고 이름 붙여진 공간답게 이곳은 타운의 ‘대청마루’ 역할을 한다. 대청마루는 일상생활의 중심이자 사방이 트여있어 선선한 바람이 드는 곳이다. 그래서 식구들이 오손도손 모여앉아 식사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기도, 여름날엔 함께 낮잠을 자기도 한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나처럼 센치해진 타우너들이 이어폰을 꽂고, 맥주를 한 병 들고 마루 계단에 걸터 앉아있었다. 서로의 거리를 존중하며 각자의 사색에잠겨있던 사람들은 조심스레 말을 걸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한 말들을 건넸다. 타운에 함께 산다는 유대만으로 우리는 이미 가까운 친구가 된 것 같았다.
최근 칸 영화제 경쟁작에 올랐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어느 가족>을 보며 어쩌면 사람이 가진 가장 큰 약점은 ‘기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우리는 멋대로 기대하고 멋대로 실망하고 상처받는 일을 반복한다. 특히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서 그 기대치는 더욱 커지곤 한다.
그렇게 실망하고 상처받으면서도 절대 버릴 수 없는 ‘가족’이란 대체 무얼까. 서로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과한 기대보다는 애정과 배려로 엮인 집단이라면 꼭 피가 섞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족이라고 불러볼 수 있지 않을까. 타운이라는 한 공간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공존도 새로운 가족의 형태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유니언마루에서 바라본 한강 (pm 9:00)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실 나에게는 어릴 적부터 느껴온 ‘이방인’의 감각이 있었다. (중2병 같다고 말해도 별 수 없다ㅠ)분명 서울에서 나고 자랐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곳에서 이방인인 것만 같았다. 어딘가 붕 떠서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는 느낌. 그래서 자주 기운이 빠지고 가끔 우울했던 것 같다.
그 원인이 ‘나만의 고유한 공간의 부재’였다는 걸 바로 여기서 발견했다. 본가에서 내 방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엄마가 빨래를 개어 가져다주고, 아빠가 에어컨 바람을 쐬며 누워있기도 하는. 그야말로 거실과 다를 게 없는 공유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업플로에서는 달랐다. 나의 방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고, 함께이고 싶을 때는 거실로 나가면 언제든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나의 삶’도‘함께하는 삶’도 내가 원하는 비율로 정할 수 있었다. 또 손만 뻗으면 내가 원하는 것에 닿을 수 있다. 안정감을 주는 환경, 여유로운 나만의 시간, 마음이 맞는 사람들까지. 이렇게 완벽한 균형과 충족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을까.
마루에서의 급 회동을 마친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다. 방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쓸쓸하지 않다. 나는 이곳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한 명의 개인이 되어, 더이상 이방인이 아닌 것만 같다.
유니언마루의 사인